정기엽은 미디어/설치미술가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아르데코(Ecole Supérieur des Arts Décoratifs de Strasbourg)에서 조형예술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리 오브제, 물, 안개, 빛과 소리 등을 이용하여 해갈되지 않는 결핍의 뿌리에 대해 탐구하며 자본주의의 오만을 비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문제에 미술이 개입하는 ‘공공성’에 의문을 가지고 작업과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정기엽은 네온을 사용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살아있으라, 살다보면 살게된다’
4.3사건을 겪은 제주 어른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오던 이 말은 마치 종교의 진언과도 같다. 그들에게 지치도록 가슴시린 이 잠언은 어려운 일이 닥친 이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이 메시지는 을지로에서 재개발이라는 위협 앞에서도 묵묵히 을지로를 지키고 있는 을지로의 터줏대감들을 위한 주문과도 같다. 살암시라 살암시민 살아진다.